연인출근길지옥철1일 전
결혼 약속했던 전여친이 상황 탓하며 이별 통보 후 잠적
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는데, 반년이 지났는데도 머릿속에서 안 지워져서 적어봄
작년 이맘때까지 나는 2년 반 만난 여자친구랑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는 얘기를 하던 사이였음
나는 설비 자격증을 따서 인천에 전세를 구하기로 했고, 둘이 예산표까지 엑셀로 짜놨었음
그런데 올봄부터 그 사람이 요즘 상황이 좀 안 좋아졌다는 말만 하고 구체적인 건 끝까지 안 알려줬음
뭐가 문제냐고 물었더니 말해도 내가 해결 못 한다는 답이 돌아왔고, 그 말이 의외로 오래 남았음
4월 어느 밤에 학교 앞 카페에서 지금 상황으로는 결혼 얘기를 못 하겠으니 헤어지자고 하더니 커피에 입도 안 대고 일어났음
다음 날부터 카톡은 읽씹도 아니고 아예 차단이었고, 번호도 바뀐 것 같았음
이거 시공 순서로 치면 완전 역순임
기초까지 다 부어놓고 합의도 없이 도면부터 찢어버린 느낌이었음
지금은 4개월 만난 여자친구가 있고, 착하고 나한테 잘해줌
근데 지난주 실습 가는 1호선에서 그 사람이랑 똑같은 뒷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따라갔음
결국 다른 사람이었고 여자친구와의 약속에는 30분 늦었음
환승 실패는 자주 해봤어도 사람 착각해서 내린 건 처음이라, 설비 배우는 놈이 정작 내 마음 배관은 역류 중이라는 생각에 혼자 헛웃음이 나왔음
나는 지금까지 그 사람은 진심이 아니었고 나만 진심이었다고 정리해왔는데, 이유도 모르면서 그렇게 결론 내려도 되는 건지